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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8일 일요일
이실장이 간다

이실장이 간다

매일 그림 그리는 삶이 너무 행복한 화가 임희자님

gutentagkorea gutentagkorea
작성일 2019-07-24 23:18
조회 84
카테고리 행복 멘토
이번 "이실장이 간다 – 우리들의 인터뷰”는 영상이 아닌 사진과 글로써 구텐탁 코리아 회원분들에게 찾아갑니다. 1973년 도독 후, 간호조무사로 근무, 결혼, 싱글맘으로 미대 공부, 직장 생활, 양육을 감당했던 시간들을 거쳐 이제는 개인전을 여는 화가로서 자리매김하기까지 화가 임희자님의 삶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구텐탁코리아(이하 구코): 안녕하세요. 우선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몇 번의 간절한 부탁을 마다하지 못하시고 이렇게 이야기 나누니 너무 좋습니다. 언제 독일에 처음 오셔서, 화가의 삶을 살게 되셨나요?

화가 임희자님(이하 임): 1973년에 독일에 간호조무사로 오게 되었어요. 벌써 46년이 되었네요. 저희 집은 그 당시 아직도 옛 전통을 따라 사는 엄격한 집안이었어요. 그래서 결혼도 정해주는 집과 해야 했고, 여자는 사회생활은 꿈도 못 꾸는 환경이었어요. 어머니는 맏며느리로 평생을 가족들 뒷바라지만 하시고, 언니는, 그 당시에는 여자에게는 너무도 가기 힘든 대학 공부도 마쳤지만, 결혼 후에는 살림만 하는 삶을 사는 것을 보고, 저의 인생은 이렇게 살고 있지 않고, 주변의 여자들의 삶에 대한 두려움과 답답함이 밀려왔어요. 중, 고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좋아해서 선생님과 전시회도 열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그러던 중 독일에서 근무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지원을 하면서, 독일에 와서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고, 지금도 그 꿈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해요

구코: 간호조무사로 오셔서, 지금처럼 전업 화가로 사는 삶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화가기 되신 과정을 이야기 해 주실래요?

임: 결론부터 말하면, 독일에 간호조무사로 와서 미대를 졸업하고 전업 화가로서의 삶을 시작할 때까지, 정확히 17년반이 걸렸어요. 돌이켜보니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순간 순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들이, 그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도록 했던 것 같아요. 처음 독일에 와서 3년만 하려던 간호조무사일을 6년을 하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아비투어가 있어야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독일어 공부 겸 시간을 더 벌려고 3년을 더 근무한 후, 야간 고등학교 (Abendgymnasium)에 들어가서 3년반을 공부 후, 드디어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의 미대에 입학을 하였어요. 대학공부를 시작하는 시기 즈음에 이혼을 하게 되면서 아들, 딸, 2명의 자녀를 혼자 키우게 되었고. 생계를 위해서 다시 병원 근무를 시작하였어요. 그 당시를 생각해 보면 정말로, 어떻게 그 시간들을 이겨냈는지 상상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웠던 것 같아요. 마음껏 그림 그릴 수 있었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면서 하루하루가 재미 있었어요. 아이들한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아이들도 잘 따라주고, 엄마를 이해해 주었어요.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고, 아이들을 다시 집에 데려와서 저녁을 해 주고, 병원 야간 근무로 출근을 하는 삶을 8년을 보냈어요.


구코: 듣기만 해도 그 시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리고 아이들도 바쁜 엄마를 이해는 했겠지만, 힘들었을 자녀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네요. 그럼 8년을 계속 해서 병원에서 근무하신 건가요?

임: 처음에는 풀타임으로 야간 병원 근무를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입을 점점 그림과 관련 있는 일로 바꿨어요. 예를 들어 Volkshochschule 와 지역의 작은 모임에서 그림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과 관련된 일들을 점점 더 많이 하고 병원근무는 점점 줄이는 식으로 바꿔서 졸업할 즈음에는 그림 관련된 일로 모든 수입을 하게 되었어요

구코: 대단하십니다. 그 수고와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지금 현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는데요, 주로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그리고 국제 무대로 나가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임: 우선 국제 무대에 대해서 대답을 드리면, 저는 이제 나이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저보다 훨씬 어려서 그림을 그린 사람들의 에너지와 영감 그리고 그림 안에서 자유로운 느낌들을 따라잡기에는 조금 힘들어요. 저의 경우는 늦은 나이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공부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생계를 책임지는 삶들이, 그림의 영감을, 즉 삶의 모든 생각들을 완전히 그림 안에서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국제무대에 나가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저의 그림에 대한 영감들은 한가지 관심이 가는 주제가 있으면 깊이 들어가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딸아이를 만나러 호주에 가서 자연의 신비앞에 말할 수 없는 감동과 계산조차 하기 힘든 긴 시간동안 만들어져 온 자연의 경관 앞에서 한없이 작고 초라한 인간을 보았어요. 그래서 몇 년간 자연에 관한 그림을 그렸고요, 아이들의 생각과 상상속의 세계가 궁굼해서 아이들에 대한 그림을 많이 그렸고요, 꽃도 그렇고, 요즘은 큰 도시안에서 서로간의 관계가 단절되고 혼자만의 세상 속,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단절된 사회인들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몇 년간 작품 활동을 한 후 개인전을 열어서 그림을 전시합니다.



구코: 개인전 이야기가 나와서 궁굼한데요, 한국에서는 화가가 돈이 많이 있지 않는 이상, 유명하지 않는 화가가 개인전을 열 때, 예산적인 지원이 없을 경우에는 개인전 자체가 어렵고, 아니면 갤러리의 지원을 받아서 할 경우, 갤러리의 간섭이 심하다고 하던데요, 독일은 어떤가요? 그리고 개인전을 통해서 아니면 평상시에 그림을 판매하실 경우 그림의 값을 어떻게 책정하시나요?

임: 그런면에서는 독일은 화가들이 활동하기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어요. 각 시마다, 더욱 많은 문화 활동을 제공하기 위해서 그림이나 음악 등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요. 즉 예술인에게는 자신의 창작물을 좋은 조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고요, 도시 지자체는 좋은 문화 예술을 주민들에게 많이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서로간에 윈윈이죠. 예를 들면, 개인전을 희망하는 화가는 자신의 그림들을 준비한 후, 주제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림 사진들을 각 시 문화담당자에게 보내서, 그 작가의 주제와 그림이 좋다고 판단이 되면 시에서 지원해 주는 공간에서 무료로 전시회를 할 수 있으며, 초대장 발송, 간단한 음료와 음식도 준비를 해 주어요. 즉 화가에게는 너무 좋은 기회이고 부담이 없이 개인전을 할 수 있지요, 화가의 그림 수준만 괜찮다면요.
그리고 독일에서는 그림값이 정해지는 시스템이 있어요. 그림의 사이즈에 화가의 레벨을 곱하면 되요. 예를 들어, 그림 사이즈가 가로 100cm X 세로 100cm 이면 두 개를 합쳐서 200이고, 여기에 화가의 레벨을 곱하면 그림값이 나와요. 만약 화가의 레벨이 5이면, 그 화가가 그린 1m X 1m 그림의 가격은 200X5= 1,000유로가 되는거에요. 여기서 화가의 레벨은 개인전을 얼마나 많이 했고, 이름이 알려져 있고, 그럼 대회에서 수상 등 여러 요인에 의해서 정해지는데, 개인이 직접 정해요. 그리고 그림을 사는 사람들이 그 레벨을 인정을 해 주면 그에 맞는 돈을 지불하고 그림을 사고, 혹시나 화가가 자신의 레벨을 터무니 없이 높게 책정하면 그림이 잘 안 팔리겠죠. 저는 전에는 1년에 1~2회씩은 개인전을 하기로 했지만 지금은 그림 수업과 주문이 들어오는 그림들 때문에 전시회를 조금 줄이고 있어요. 아마 내년쯤에 할 수도 있을 거에요. 지금 준비 중에 있어요.

구코: 정말 새로운 세계네요. 그림에 대한 관심이 전에는 별로 없었는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그림에 대해서 많이 알게되고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독일에 오신지 벌써 45년이 다 돼가는데요, 한국에서도 개인전을 진행하신 적이 있나요?

임: 2011년에 제 고향인 수원에서 개인전을 한 적이 있어요. 어린 소녀가 독일에 온 후에 38년만에 화가가 되어서 고향에서 개인전을 한다는 생각에 너무 벅차고 행복했죠. 그리고 38년이 지났지만, 고등학교 동창들, 미술 선생님들을 모두 다시 만나뵐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정말로 너무 행복했어요



구코:그림 수업도 하신다고 하셨는데, 어떤 식으로 진행을 하시는지 궁굼하네요.

임: 그림 수업은 매주 화요일 하루만 해요. 두 그룹을 오전, 오후에 나눠서 가르치는데요, 학생이라기보다는 이제 모두 은퇴하신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저의 그림 수업에 평균 10년 이상 그림 수업에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그림반이기 보다는 인생을 나누는 친구들 같아요. 저의 그림 수업은 모두가 같은 수준을 배우는 것이 아니고 각자의 실력에 맞게 가르치기 때문에 개인의 그림 실력에 상관없이 편하게 배울 수 있어요. 생일때는 같이 축하를 하고, 그림을 통해서 서로의 삶을 나눠요. 그림을 보면서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어요. 그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도 삶에 대해서 더욱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여러모로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 작품 활동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림 수업에 들어오려는 사람은 많지만 제가 일주일에 하루 이상은 하지 않으려고 조절하고 있어요.

구코: 인터뷰를 하면서 선생님 한테서 그림을 배우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는데,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많이 있다고 하시니, 저는 안 되겠군요. 마지막으로 하루의 삶이 궁굼합니다.

임: 월요일에는 첼로를 배우고, 운동을 해요. 화요일에는 그림 수업, 그리고 다른 날들은 혼자서 그림을 그려요. 개인 화실이지만 문을 열고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지나가며 관심있는 사람들이 들어오면 잠깐 커피도 마시고, 간혹 그림을 사가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리고 집중을 하고 싶을 때는 문을 잠가놓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 곳에서 편하게 그림을 그려요.
요즘도 그림을 그리면서 문득 문득 드는 생각은 행복이에요. 내가 나의 삶을 내가 원하는 일(그림 그리는 일)을 하면서 화가로서 살고 있구나… 이게 나의 삶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 행복함이 밀려들고, 힘든 상황속에서 잘 자라준 아이들에게 감사하고요. 무엇보다도 내가 자유하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매일 행복해요.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새로운 영감속에서 나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고, 그런 나의 그림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모든 것들이 감사해요. 앞으로도 계속 이 자리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다른 이들과 삶을 나누면서 살고 싶어요….

여기까지 임화백님의 인터뷰를 마칩니다. 인터뷰 하는 내내 임화백님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서 제 마음이 너무 따뜻했고요, 그 그림들 속에서 임화백님의 삶의 깊이와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좋은 활동 하시기를 응원합니다. 다음 개인전에는 꼭 가서, 이런 말 해 보고 싶습니다. “ 이 그럼, 제가 사겠습니다” ^^
  • 화가 임희자님 홈페이지: http://www.huiz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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